토굴 이야기
남과 비교하면 자신이 초라해지기 시작합니다. 무서운 병입니다.
옛날 토굴에서 지냈을 때를 생각해보면 가식 없이 순수하게 아무 거리낌 없이 살았고, 마음 편히 살았던 때가 내 삶에 있어 가장 보람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밤이 되어 문을 열면 별이 쏟아져 들어오고 맑고 맑은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우주의 생생한 기의 소리는 자신의 영혼까지 맑고 깨끗하게 해줍니다.
자고 일어나면 듣는 새벽의 싱그러운 기운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내일 무슨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 속에서 잠을 자야하는 이유도 없고, 밤새 산길을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산이 두려웠지만 토끼가 편히 숲에서 잠자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산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지팡이 하나 들고 온 숲을 밤새 누비고 다녔습니다. 나무에 기대어 풀벌레, 새소리와 함께 새벽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맑고 싱그러움은 세상의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지상낙원의 모습이었습니다.
정여스님의 [차나 한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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