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기와 할아버지
옛날 어느 산골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재산이라고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깨어진 물동이가 고작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나물을 뜯어다가 나물죽을 쑤어서 끼니를 이어갈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오순도순 마음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근처 호수에서 낚시질을 하여 저녁 반찬에 물고기 매운탕을 먹을 수가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행복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마음속에 반쯤 깨어진 물동이가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동이가 깨어지지 않았다면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울 수가 있는데 물동이가 깨어져서 물을 반 밖에 채울 수가 없어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할머니의 소원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고 마음으로 애를 써 봐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낚시를 하다 큰 물고기를 낚게 되었습니다.
물고기가 크기도 하지만 금빛이 나는 금고기였습니다.
'아! 내가 금고기를 잡았구나! 할머니가 참 좋아하겠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잡힌 금고기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나 좀 살려주세요. 나를 살려주시면 할아버지 소원을 꼭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는 금고기의 말을 듣고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래 살려주마. 그 대신 나의 소원을 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 집에는 깨어진 물동이가 하나 있는데 그 물동이를 새 물동이로 바꾸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우리 할머니의 소원이니 꼭 그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걱정 마히고 집에 돌아가시면 새 물동이가 있을겁니다."
할아버지가 금고기와 헤어져서 집에 돌아와 보니 정말 깨어진 물동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크고 아름다운 물 담는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금고기가 내 소원을 들어 주었구나!' 할머니도 좋아했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낮에 호수에서 금고기를 잡은 일과 금고기가 이렇게
우리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할머니는 기쁨도 잠시
할아버지에게 이왕에 부탁을 하려면 좀 큰 부탁을 하지 고작 물동이 하나를 바꾼 것이
냐면서 금고기에서 고대광실 큰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하라고 할아버지께 단단히 일렀습니다.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할아버지는 호수에 나와서 금고기를 불렀습니다.
금고기는 할아버지 음성을 듣고 물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금고기야. 금고기야! 할머니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단다. 할머니가
고대광실 큰 집을 지어달라고 하니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걱정 말고 집으로 돌아가 보세요."
금고기와 헤어진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보니 초가집은 사라지고 고대광실 큰 집이 있
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가 비단옷을 입고 많은 하인들을 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큰 집에 사는 기쁨도 잠깐이고 여왕이 되고 싶다고 하다가 그것이
이루어지자 바다와 육지를 모두 다스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계속 욕심을 부렸습니다.
할머니의 성화에 할아버지는 다시 발걸음이 무겁게 호수에 가서 금고기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금고기는 나타나지 않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고 호수에 파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금고기를 부르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고대
광실 큰 집은 사라지고 예전의 쓰러져가는 초가집과 깨어진 물동이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떨어진 옷을 입고 초라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치 꿈을 꾼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터무니 없는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모든 것이 다 원래대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어릴 때 초등학교 2학년 국어책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며 욕심이 생길 때면 금고기와 할아버지 할머니 동화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자제를 하게 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동화 속 할머니처럼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욕심은 한 욕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욕
심으로 계속해서 커져가는 것입니다.
가질수록 더 많이 갖고 싶어 합니다. 빌딩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좋은 빌딩을 갖고 싶어 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본래의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삶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물질에 너무 이끌려 다니면 삶이 황폐해집니다.
금고기의 동화를 마음 깊이 새기면서 마음을 비우고.
가진것에 만족하는 마음을 키워 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자년 동안거회향 특별대법회-
[늘 깨어서 자신을 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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