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가볍게 져라
범어사 산내 암자 금강암 불사를 하던 시절입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 없어서 일일이 등짐을 져서 짐을 올려야 했습니다.
등짐을 지고 오르다 보니 기와 한장 더 지는 것이 절에 올라가는 데
더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한 장이라도 덜 지려고 요령을 부렸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짐을 지고 올라가다가 중간에 잠시 쉬게 되면 재빨리 자신의
짐에서 한두 장의 기와를 내려서 바위틈에 숨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두 장 내려놓고 짐을 지면 훨씬 가볍고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함께 짐을 지고 가는 것입니다. 짐이 가벼운 사람은
힘들이지 않고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짐이 무거운 사람은 힘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게 가면서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짐을 적게 지면 인생의 길을 가기가 수월할텐데...
무언가 얻어야겠다고 도를 닦는 사람은 일평생 도를 닦아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짐만 지고 다니는 꼴입니다. 가진 것을 다 떨쳐 버려야 합니다.
다 비우고 비울 것까지도 없게 하고 길을 가야 합니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얻은 것이 많을수록 삶은힘들고 복잡합니다. 아까워하지 말고
모든 것을 비우고 또 비워서 홀가분하게 인생의 길을 가야 합니다.
정여스님의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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