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스님의 여여한 세상

여여한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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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9 조회수 23580





매 향




몇일 전 삼랑진 여여정사에 오르는 길옆에 매화꽃이 피어서 주변에 퍼지는 

그윽한 향기가 마음까지 맑게 하였습니다.

진하지 않고 은은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면 바쁜 생활에 젖어있는 들뜬 마음까지도

고요한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매향이 가득한 꽃 잎새 몇 잎 차물 속에 넣어서 정갈한 잔에 넣어 마시면 

차맛의 향취에 마음은 속세를 벗어나 선경에 노닐게 합니다.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글의 뜻을 보면 매화꽃이 아름답게 피어서 은은한 향기를 발하기까지는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겨울이란, 섣달 정월달 매섭고 혹독한 추위를 견뎌 이겨내야 이월, 

눈 속에서 꽃이 피어서 향기를 발한다는 내용이고 보면, 

인생을 살가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그냥 성공한 것이 아닌 것입니다.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이나 학문을 통해서 어떤 경지에 오르는 것은 한 때

살을 여위는 어렵고 힘든 고통을 겪은 후에야 성취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무슨 일이든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버님을 따라서 논에 모를 심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전에 몇 시간 모를 심으니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이 아프고 현기증이 도는 것 같아

도중에 일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부친께 힘이 들어서 일을 못하겠다고

말씀을 드리자, 아버님께서는




" 참고 견디고 해야한다. 논에 모 심는 것 몇 시간 했다고 젊은 놈이 벌써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집에 돌아간다면, 성공하기는 다 틀린 것이다. 

야 이놈아 사내놈이 한번 일을 하면 논바닥에 쓰러져서 저승을 가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해야지 도중에 일을 포기하면 되는가"




하시면서 불호령을 내리셨습니다.

아버님의 엄한 꾸중에 이를 깨물고 참고 견뎌서 해가 저물 무렵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님께서는 대견한 듯




" 그래 잘 참았다. 사내놈이 그래야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고생 없이 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매사에 참고 견디고 이겨 나가야 한다는 아버님의 말씀이 세월에 훌쩍 지난 지금에도

매화꽃이 필 때면 지난시절 아버님의 말씀이 새롭고 귓가에 맵도는 것 같습니다.






- 정여 스님의 [ 구름 뒤 파란하늘 2권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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