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스님의 여여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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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1-02 조회수 24387






차를 마신다






차맛이 오늘따라 더 순수하다

차속에 고요한 맛이

마음 속 깊이 업장이 녹아내린다

차맛의 은은한 향기가

온몸을 서서히 적셔온다

한 잔 두 잔.....

밤은 점점 깊어간다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이

여인의 눈썹처럼 가냘프다

바람결에 대나무 스치는 소리

맹꽁이 우는 소리

여치와 귀뚜라미 소리가

찻잔에 스며들어

조각 달빛을 담아

차를 마신다





구름이 모이고

구름이 흩어지듯이

아무 조건도 없이

그냥 담담히 앉아서 차를 마신다





맑은 마음이 더 투명하다

고요하고 은은하다

차를 마신다

물이 흐르듯 구름이 훌러가듯이

새가 날아가듯이......






- 정여 스님의 [ 차나 한잔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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