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파는 방법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부처님이 십대제자이시고 두타제일인 가섭존자가 길에서 가난하니
노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노파는 남루한 옷차림에 떨어진 옷을 입은 얻어먹는 거지노인이었습니다.
이 노인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내 가난을 누가 좀 사 달라고 하소연 했지만
아무도 그 노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별 미친 노파가 다 있나. 가난을 사가라니."
하면서 노인을 미친 사람 취급을 하였습니다.
그 때 마침 노인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가섭존자가 다가가서
"노인이시여, 그 가난을 내게 파시오."
하고 말하자 노파는 "스님도 탁발을 하여 얻어먹는데 어떻게 나의 가난을
사 가실수 있습니까?"
하고 묻자 가섭존자는 노파를 바라보면서
"부처님의 제자는 복의 밭이니 얼마든지 가난을 사 가지고 갈 수가 있습니다."
가섭존자는 노인에게 길 옆에 있는 샘물을 가르키면서 가지고 있는 쪽박으로
물을 한 바가지 떠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노파는 가섭존자의 말대로 얻어먹는 바가지를 정성껏 씻어서 물을 떠 올렸습니다.
가섭존자도 공손하게 물바가지를 받아서 정성껏 물을 받아 마시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인이시여 이제 노인께서는 복을 지었습니다. 가난을 파는 방법은 베풀어야 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정성껏 베풀면 복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에 베풀어야
상대방도 내게 베푸는 것입니다. 노인께서는 이곳 샘물 곁에 머물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물 한바가지씩 정성껏 떠서
물 공양을 올리면 반드시 가난도 면하고 부유하게 잘 살게 될것입니다."
노인은 가섭존자가 시키는 대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여
물 공양을 올렸습니다.
하루 이틀 세월이 지나서 1년이 되었을 때 길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노인에게
고마워 하였습니다.
물을 받아 마시고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에게 입을 옷도 해 드리고 먹는 음식도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의논하여 노인이 기거할 집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노인의 정성으로 올린 물 공양에 감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노인이 가난을 팔고 부유해진 것은 베풀어줌으로 복을 얻게 되어서 입니다.
어려울수록 마음의 문을 열고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나누어 쓸 수 있는 자비스러운
마음속에 산다면 모두가 부유한 마음으로 잘 살수 있는 것입니다.
- 정여 스님의 [ 구름 뒤 파란하늘 2권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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