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내리네
하얀 눈이 내리네.
하얀 눈이 내린다.
하늘 가득 하얀 눈 꽃송이가 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네
법당에도 내리고
대밭에도 내리네
청학루 지붕에도 장독에도
대밭 오솔길에도
지친 내 마음에도
하얀 눈이 내리네...
하얀 눈이 내리는데도
하선원 화단에는
철도 모르고 핀
장미꽃 한송이
하얀 눈을 맞고 서 있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었는데도
하얀 눈은 마냥 이렇게 좋다.
눈을 맞으며 눈길을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누구나 다 눈을 좋아하는 것은
본래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이라.
산도 들도 나무도 그리고 새들도
모두가 하얀 눈을 좋아하나 보다.
그들의 영혼도 하얀 눈처럼
새하얗기 때문일 거다.
-쌍계사 금당선원 동안거 중-
정여스님의 [차나 한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