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 박문수가 민정사찰을 위하여 충청도 어느 산골을 지날 때였습니다.
마침, 그 때 농부가 땀을 흘리며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밭에는 검은소와 누렁소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사는 두 마리의 소 중 어느 소가 힘이 더 세고 일을 잘할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농부를 불러, "검은소와 누렁소 중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오?"
하고 큰소리로 묻자
농부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밭만 열심히 갈고 있었습니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약간은 화가 났지만,
'아마 저 농부가 말을 못하는 벙어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봇짐을 지고 내려오자니,
밭갈던 농부가 헐레벌떡 뛰어 내려오면서,
"여보시오. 선비님, 내 말 듣고 가세요"하는 말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농부는 귓속말로 검은소가 힘도 세고 일도 훨씬 잘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 그러면 내가 물을 때 진작 답변을 할 것이지
왜 여기 까지 뛰어와서 귓속말로 대답을 하는지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농부는 "선비님, 비록 말을 못하는 짐승이지만
큰소리로 검은소가 일을 더 잘한다고 하면
누렁소가 알아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그래서 선비님이 내려가신 다음에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때로는 다른 이의 인격을 너무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앞에 너는 무엇을 잘하고 너는 무엇을 잘못한다고
면전에서 무안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은 충고라 할지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따로 불러서
따뜻한 말로 이해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 정여 스님의 [구름 뒤 파란하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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