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은 상이 없다
내가 마음을 깨달았다고 자랑하고 내세우는 사람은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도인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도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할 때는 일과 하나가 되고
책을 볼 때는 책과 하나가 되고 웃을 때는 웃는 것과 하나가 되고
울 때도 우는 것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일을 한다고 일한 표적이 있고 공부를 한다고 공부하는 표적이 남아 있으면
곧 남아 있는 찌꺼기를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강경에 보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나옵니다
중생은 네 가지 상에 이끌려 다니면서 괴로워 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마음을 깨달은 도인은 이렇게 네 가지 상이 없는 분을 말합니다
친구와 싸움을 하였습니다
말로 싸우던 치고 받고 싸우던 싸우고 난 다음에 노래를 부르고 놀게 되면
조금전에 싸웠던 마음은 없어지고 노래를 부르고 노는 것과 하나가 되어야
상이 없고 찌꺼기가 없는 것입니다
중생심이란 집착하는 생각 때문에 한번 싸우면 몇날 몇달이 가게 됩니다
심한 사람은 10년 20년 전에 싸운 것을 가슴속에 새겨 놓고 괴로워 합니다
바위 위에 새겨 놓은 글씨는 천년이란 세월이 지나야 흔적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모래위에 새겨놓은 글씨는 바닷물이 두 세번 밀려왔다 밀려가면
곧 지워집니다
그러나 물 위에 쓴 글씨는 글씨를 쓰면 쓰는 즉시 곧 지워지게 됩니다
물 위에 쓴 글씨처럼 흔적없는 마음이 집착없는 마음이고 상이 없는 마음입니다
항상 자신의 본성을 관찰해야 합니다
모양에 이끌리거나 소리에 이끌리면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스니다
모양이 아닌 본성에 마음을 머물러 있으면 어디에 있든 편안합니다
- 정여 스님의 [ 구름 뒤 파란하늘 2권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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