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미워한 사람
평소에 부처님을 미워하던 사람이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와서 이유도 없이
부처님 얼굴에 침을 뱉었습니다. 부처님은 아무 대꾸도 없이 얼굴에 묻은
침을 닦으셨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다시 내게 또 할 일이 있는가?"
옆에 앉아 있던 아난 존자가 화를 내면서, "부처님, 제가 저놈의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부처님께서는 아난 존자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하신 다음에 웃는 얼굴로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대는 화를 내고 분노에 빠져 있는가? 그가 내게 침을 뱉는 것은 지난 과거
생에 내가 그에게 욕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빚을
갚은 것이다. 그러니 나는 홀가분할 수밖에 없다."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싹이 나서 거두게 됩니다. 모든 과거는
바로 현재입니다. 오늘 하고 있는 일들이 인(因)이 되어서 내일의 결과를
만들어 갑니다. 가만히 있는 나의 얼굴에 아무 이유도 없이 침을 뱉으면
화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부처님은
조용히 참음으로써 전생에 지은 업장의 빚을 갚으신 것입니다.
정여스님의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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