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거름으로 말없이 실천하는 삶
농촌에 살다보면 쇠똥도 보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밑거름이 들어가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똥 오줌도
황금으로 보는 것이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마음입니다.
떨어진 낙엽이나 음식 찌꺼기 과일 껍질 등은 도시인들에게는 하찮은 것이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보배이고 보물인 것입니다.
거름은 자신의 몸을 완전히 썩혀서 작물을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고귀한 희생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보살의 삶은 말없이 자기 자신을 헌신하여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고 실천하면서
항상 자기 자신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살아가시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꽃으로 화려하게 사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말없이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의 밑거름으로 살아가시는 분들도
우리 주변에는 항상 함께 하고 계십니다.
탐스러운 열매는 고귀한 밑거름의 희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실의 꽃이요,
열매인 것입니다.
베풀고도 베푼다는 생각없이 무심으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은
아름다운 한 송이 꽃과 같은 마음입니다.
육바라밀 중 보시 바라밀은 말없이 나누어 갖고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함께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 입니다.
고통받는 중생의 세계에서 열반을 성취하는 첫걸음은 꽃처럼
화려하게 사는 삶보다는 거름처럼 땅 속에서 자신을 썩혀서
꽃과 열매를 맺게 하는 보살의 삶이 더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정여 스님의 [ 구름 뒤 파란하늘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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