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비가 내린다.
온 대지가 목마른 갈증에서 춤을 춘다.
사랑의 속삼임 같은 너의 가냘픈 입김에
모든 것 다 놓아 버리고
너를 안고 초록빛 봄을 잉태 한다오.
봄비가 내린다.
토박한 내 몸 내 마음에 적셔준다.
은밀한 밀어 같은 너의 향기로움에
지조도 거리낌도 없이 다 벗어 버리고
님과 하나가 되어 모든 것 다 맡겨 버린다오.
봄비가 내린다.
뽀얀 안개속에 소녀의 입김 같은
가냘픈 여운이 내 몸을 감싸온다.
하얀 면사포 쓴 관음이 화신이 되어
사랑의 여신처럼
나뭇가지에도 이끼 낀 바위에도 이름 모를 풀들에게도
살포시 다가서서 속삭여 준다.
염불암에서 정여
정여스님의 [차나 한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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